뉴욕에서 한번 만난 남자 성과 서울에서 재회하는 스토리 시크릿 허즈밴드. 로맨스 소설이라고 해서 시작했지만 사실 로맨스보다 스토리를 더 기대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로맨스도 좋았던 소설이다.
남자 주인공 윤재의 재력과 외모가 빠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더해서 내조의 왕이라고 해야 할까. 집안일에 재능이 전혀 없어 그저 잠만 자던 여주인공 진미의 집이 남자 주인공을 끌어들여 변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문제는 윤재가 뉴욕에서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거지처럼 나타나 한국에선 기억을 잃은 상태라는 점이다.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에 남자 주인공의 정체가 무엇인지 추측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불의의 사고로 뉴욕 주 클린턴 교도소에 갔다가 고국인 한국으로 추방된 제임스 영. 그는 한국에 와서 20년 넘게 불려 본 적 없는 이름 연윤재라는 이름을 알지 못한 데다 정신없이 추방당해 돈도 휴대전화도 없는 상황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윤재는 공항 출입구에서 휴대전화를 하나 훔쳤고 국제전화를 통해 미국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상황을 전한 뒤 한국으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아이를 가졌다며 윤재를 거절하고 절망에 빠진 윤재는 삶의 의지를 잃은 채 도로를 걷다가 사고를 당한다.
이때 윤재를 구한 사람은 몇 달 전 뉴욕에서 윤재의 도움을 받은 여성이자 윤재에게 휴대전화를 도난당한 오진미였다.
어머니를 잃고 뉴욕을 떠난 위안을 그대로 기억하던 진미는 윤재를 구하려다 윤재가 기억을 잃은 것을 알고는 의식주를 모두 맡으며 기묘한 동거 생활에 들어간다.
뉴욕에서 처음 만난 남자 윤재는 기억을 잃어도 종종 장난끼 많고 친절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면을 보여준다.
신기할 정도로 윤재의 정체, 그러나 한 집에서 함께 지내다 보니 진미와 윤재는 서로 감정을 깊게 해간다.
드라마 작가분이 쓰신 로맨스라서 그런가. 되게 드라마 같았어 어느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느낌이랄까. 캐릭터도 칠 수 있고 전개도 시원해 읽기에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한번 빼자 진도가 쑥쑥 나가 정신없이 책을 읽어 나갔다.
처음에는 뉴욕에서 둘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고 중반에는 요리 청소 등 힘든 일을 무엇이든 해내는 분양을 받고 싶은 윤재와 뚜렷한 커리어 우먼의 진미를 보기로,결말은 기억이 돌아온 윤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계속 쉬지 않고 읽었다.
소설은 로맨스라고 하지만 키스신의 묘사도 짙지 않은 라이트한 로맨스물이므로 일단 그런 방향에서는 기대하지 말아야 하고, 스토리를 보는 재미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로맨스가 너무 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두 주인공 외에 조연의 비중도 적절해 무늬만 이야기도 좋았다.
중간중간 개그 포인트도 있었고, 사소한 일에는 레시피 복사기와 남편을 공유한다는 가사에, 보기와 달리 정이 많은 설정 같은 부분도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사이다의 비중이 크기를 바라는 독자라면 결말이 그리 흡족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일단 주인공들은 로맨스 소설의 주역답게 사랑을 택하며 끝난다.
다 읽고 생각해 보면 얽히고설킨 인연 때문에 악역이 망하는 구도가 됐더라면 다소 위험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시원시원한 전개에 대형견 같은 남자 주인공이 잘 어우러져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따뜻한 위로 같기도 하고, 든든한 아군을 말하는 듯한 소설은 달과 뉴욕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는 가사 그대로 예쁜 로맨스로 기억될 것 같다.
진미는 제법 심오한 진리를 발견한 사람처럼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나는 내적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알 수 있다.
”
윤재는 별미 자신도 몰랐던 그의 속마음을 읽었다.
그건. 이런 결혼은 괜찮다는 건가요? 아니면 내가 아는 사람이면 된다는 건가? 나랑 이렇게 살면 된다는 뜻이야?’18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