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항대는 2010년대 중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프로축구팀이었다.
2부 리그를 전전하던 이 팀을 2010년 부동산 재벌 항다그룹이 인수한 뒤 7년 연속 1부 리그를 제패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도 두 번 올랐다.
광저우 항대는 유럽과 남미의 우수 선수들을 고액 연봉에 모아 성공 신화를 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의 동료로 활약하던 아르헨티나 선수 카를로스 테베스는 상하이 선허에 주급 73만유로(약 9억8000만원)를 받고 입단했다.
상하이 선화 소속 선수였던 카를로스 테베스(왼쪽)와 디디에 드록바(오) 니콜라스 아넬카와 디디에 드록바도 선전 유니폼을 입었다.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마르첼로 리피, 루이스 필리페 스콜라리와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한 스벤 예란 에릭슨 같은 명장들이 중국 대표팀과 클럽팀을 지휘했다.
중국인 선수 연봉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18년 아시아 축구 선수 연봉 톱10 중 7명이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중국 선수로 모두 손흥민보다 수입이 많았다.
이런 중국 프로축구가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중국 포털 사이트 쑤후스포츠에 따르면 슈퍼리그 16개 팀 중 11개 구단에서 임금이 체불됐다.
베이징 궈안, 허베이, 칭다오, 충칭, 광저우 헝다, 창저우, 우한, 톈진, 광저우, 상하이 선화, 창춘이 해당 구단이다.
베이징은 5개월 이상 급여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나머지 팀들도 2개월에서 6개월까지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칭다오 선수 3명은 구단으로부터 제때 돈을 받지 못했고 결혼 계획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체불이 없는 산둥 상하이 상강 허난 선전 다롄 가운데 산둥과 상하이 상강을 제외한 3팀도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
상하이의 선화와 장쑤 쑤닝의 경기 장면. 장쑤 쑤닝은 2021년 3월 재정 악화로 해체됐다.
이 매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자격(라이센스)을 확보한 팀은 6개 팀에 불과하다며 중국 슈퍼리그 팀의 재정적 불안이 ACL 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도 모회사의 재정난 때문에 축구리그 운영이 악재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산 위기를 맞은 헝다그룹이 보유한 광저우 헝다가 대표적이다.
중국 축구는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의 축구 육성 프로젝트로 강한 추진력을 얻었다.
이른바 축구굴기다.
모 기업이 펼쳐온 과감한 투자도 정부 시책과 코드가 맞았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런데 프로리그는 재정난을 겪고 있고 국가대표팀의 기량도 여전히 처참한 수준이다.
현재 진행 중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중국팀은 B조 5위를 달리고 있다.
1승 2무 3패로 승점 5점이지만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2위 일본의 승점이 12점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3위는 오만이지만 승점 11점이다.
중국은 역대 최고 지도자들이 축구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하지만 정치권력의 의지에서도 축구 실력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마오쩌둥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 축구와 농구, 수영에만 선수단을 파견했다.
1954년에는 당대 최고의 축구팀을 보유한 헝가리로 국가대표 선수단 전원을 2년간 유학시켰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외환위기가 닥쳤던 1971년에도 마오는 올림픽 제패를 지시했다.
ⓒ중국 매체 시너스포츠 홈페이지 기사 캡처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은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죽기 전의 소원이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때는 중계권도 없이 불법으로 경기를 내보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도 직접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유일했다.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이 지역예선에 참가하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과 다른 조에 얽힌 천운에 힘입었다.
그렇게 진출한 본선에서는 코스타리카(0-2), 브라질(0-4), 터키(0-3)에 무득점 완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역사를 겪으면서 시진핑은 대대적인 축구 육성 정책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축구개혁 종합안 50조라는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아시아 1류 수준의 프로축구▶남자대표팀 아시아 정상의 실력 확보▶장기적으로 월드컵 개최다.
이를 위해 전국에 2만 개의 축구전문학교 설립 계획도 내놓았다.
이른바 2000명 리오넬 메시 만들기다.
그러나 윗선의 지시가 그대로 전달되기는 어렵다.
곳곳에서 전시 행정이 드러났다.
축구 체조가 등장하면서 탁구 농구와 같은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 축구 육성을 위해 희생되는 일이 발생했다.
여기에 민간 영역에 해당하는 프로축구단까지 재정난에 빠진 것이다.
이쯤 되면 중국과 축구는 정말 인연이 없지 않을까 싶다.
문 이충현 전 중앙일보 기자(국제학박사) 정리 차이나랩 임소연